대관령 양떼목장 : 가을을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곳

어느덧 찾아온 가을, 어디로 갈까?

에어컨 없이는 하루도 못 버틸 것 같았던 무더운 여름이 바로 엊그제 였던 것 같은데, 아침 저녁으로는 느껴지는 서늘한 기운이 어느새 가을이 가까이 왔음을 실감하게 되는 시기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가을은 유독 짧아졌다. 기후 변화 때문인지 그만큼 가을이 좋은 계절이라 짧게 느껴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리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좋은 계절을 즐기기 위해 분주하게 여행계획을 세우고 또 떠나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가을은 유독 짧지만 그만큼 강렬하고 아름다운 계절이기 때문이다. 높은 하늘과 쾌청한 공기, 그리고 아름답게 물든 식물들은 한폭의 그림과 같아 그 곳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더 감성적이고 풍요롭게 만든다.

가을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곳

가을의 초입에 방문하기 좋은 강원도 평창에 위치한 대관령 양떼목장

며칠 전, 이런 가을을 조금 더 일찍 경험하기 좋은 장소에 다녀왔다. 바로 강원도 평창에 위치한 대관령 양떼목장이다. 높은 해발 고도에 위치한 방목형 양떼목장은 한국의 알프스라고 불릴만큼 드넓은 풀밭과 향긋한 풀내음, 그리고 높은 하늘을 가장 가까이서 즐길 수 있는 명소이다. 특히 그 넓은 초원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양떼를 보고 있노라면 나 자신도 자유로움이 느껴질 정도다.

양들이 드넓은 초원에 자유롭게 뛰노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대관령 양떼목장을 돌아보며

양떼목장은 왕복 약 40분 정도의 트래킹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짧지 않은 거리지만 코스마다 광활한 초원과 방목되어 있는 양들, 쉼터 등이 적절히 배치되어 있어 어렵지 않게 둘러볼 수 있다. 삭막한 포장도로가 아니라 자연친화적으로 조성되어 있어 걷기에 거부감이 없다. 특히 고지대의 식생과 양들을 가까이서 보고 경험할 수 있어 자연학습장으로도 좋다.

이 녀석들도 사람손을 어지간히 탔는지 카메라를 들고 가까이가면 도망가기는 커녕 오히려 포즈를 취해주는 듯 하다.

다만 나와 같이 어린 아이를 둔 아빠라면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트래킹 코스가 제법 경사도가 있는 편이라 유모차를 끌기에 쉬운 조건이 아니다. 나는 뭣도 모르고 웨건에 아이를 태우고 올라갔는데, 마치 중세시대 노예 체험을 방불케하는 경험이 되었다. 숨이 차오르고 땀 범벅이 되었지만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이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체력이 약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 유모차를 태우고 가겠다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대관령 양떼목장의 정상에서 바라본 전망. 노예처럼 끌고온 웨건이 보인다.

하지만 그런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상에 다다랐을 때의 만족감은 상당했다. 조금의 방해물도 없이 눈앞에 펼쳐진 탁 트인 전망은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만 보게 만들었다. 마치 손에 잡힐 것 같은 구름과 하늘은 하늘로 걸어가는 문이 있다면 이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들 정도였다. 그리고 낮에는 아직 더운 날임에도 불구하고 그 곳의 정상은 서늘할 정도로 시원한 바람이 몸을 감싸주었다.

트래킹 코스마다 보이는 전망은 감탄을 자나낸다.

걷는 중간에 다양한 방문객들을 볼 수 있었다. 단체로 관광을 온 어르신들, 젋은 연인들, 아이와 함께온 가족들 등 다양한 연령층이 고루 찾아온다는 것은 그만큼 이 곳이 유행이나 즐길거리에 한정된 공간이 아닌 자연의 정취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장소라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 같았다.

양들은 평화롭고 자유로워 보였다. 너희가 사람보다 낫구나.

인위적이지만 자연친화적인 곳

양들은 매우 신나고 건강해 보였다. 그도 그럴것이 나도 만약 걱정거리 없이 이런 곳에서 산다면(?) 얘들보다 더 신나게 뛰어놀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사람의 손을 많이 타서 그런지 지나가는 사람들만 보면 건초를 구걸(?)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약간 짠했다. ‘뭐, 너희도 가축이니 사람과 같이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지’ 하고 생각했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코스. 구름과 맞닿아 있는 산봉우리의 경관이 아름다웠다.

정상에 있다 돌아오는 길에 먹이주기 체험장이 있었다. 건초를 구입하여 직접 양들에게 먹이를 줄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라면 필수로 거쳐야할 코스로 보였다. 조막만한 손으로 건초를 건네는 아이들도, 고상하게 받아먹는 양들도 모두 귀여웠다. 단 무료는 아니고 소정의 건초값을 지불해야 한다.

양떼 먹이주기 체험은 아이들과 함께 왔다면 꼭 한번씩 해보는 것을 추천.

다시 출구로 돌아오는 지점에 아주 넓게 잔디 마당이 조성되어 있었다. 잠시 쉬면서 사진도 찍고 아이들과 뛰어 놀기도 좋았다. 아이들이 탈 수 있는 전동 트랙터도 있었는데 그날은 배터리가 다 되었는지 작동하지 않았다. 그래서 또 아빠인 나는 인력으로 움직이게 만들어야 했다. 웨건에 이어 두번째 노예 체험이었다.

목장 초입에 있는 드넓은 잔디마당. 전동 트랙터가 있지만 작동을 하지 않아 움직이는 건 부모의 몫이었다.

가을의 초입에 방문한 대관령 양떼목장은 전체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웠다. 평소 인위적인 즐길거리에 지쳐 있다거나 자연을 온전히 누리고 싶지만 너무 원초적인 곳은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주차 및 편의시설도 잘 되어 있는 편이라 멀지 않은 거리라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좋은 장소가 될 것이다. 이번 주말 강원도 여행 계획이 있다면 한번 들러보길 바란다.

  • 요금 : 대인 7,000원 / 소인 5,000원 / 우대 4,000원
  • 무료입장 : 36개월 미만 영유아, 국가유공자 본인, 대관령면민
  • 매표시간 : 오전 9시 ~ 오후 4시 30분
  • 폐장시간 : 오후 5시 30분
  • 안내 및 예약 : 공식홈페이지 http://yangt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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